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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view ::

화웨이 프리버드(Freebuds) 5개월 사용기

1. 서론


2016년 말 에어팟이 출시되었을 때 전 블루투스 이어폰에 관심이 없었고, 이어팟도 싫어하는데 똑같이 생기고 줄만 없는 이어폰을 거금을 주고 사고싶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걸 살 돈도 없기도 했죠.


그리고 시간이 흘러 18년 여름, 한창 알바를 하면서 자금 사정도 나아지니 슬슬 마음속에 사고싶었던 것들을 하나 둘씩 사기 시작했죠. 그리고 개중엔 완전무선(코드리스) 이어폰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욕했던 에어팟을 사볼까 했지만 오픈형이란 이유로 리스트에서 지우고, 다른 것을 찾아보다 기글에서 화웨이 프리버드 출시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죠, 이거다.



2. 본론


가) 스펙


      색상: 검정색, 흰색

      블루투스 버전: V4.2

      지원 프로토콜: A2DP 1.3,(HFP) 1.6,(HSP)1.2, AVRCP

      지원 코덱: SBC, AAC

      유닛: 1 다이나믹 + 1 BA 드라이버

      주파수 대역: 20 Hz-20,000 Hz

      이어버드 배터리: 55mAh

      IP54 방수방진

      재생: 3시간 (케이스 사용시 10시간), 대기: 40시간, 충전: 1시간


나) 가격


주문은 우리의 친구,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했으며 배송비 포함 125.55$(144,292\)에 구매했습니다. 사실 그 당시 에어팟을 17~18만원 사이에 구할 수 있었으니 에어팟에 영향을 매우 많이 받은 제품(짝퉁)을 비싼 가격에 산 편입니다. (그나마 10달러정도 싸게 구매)


요즘 가장 핫한 코드리스인 QCY T1을 평균 2만원에, 에어팟의 정통 짝퉁인 i10은 4만원 정도에 구할 수 있으니 입문용 코드리스 이어폰의 가격 문턱이 매우 낮아졌습니다. 가격 자체는 에어팟에 비교해서 낮긴 하지만, 굳이 에어팟 대신 선택하기엔 높은 가격이라고 생각되네요. 참고용으로 현재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구할 수 있는 화웨이의 코드리스 이어폰 가격대입니다. (플라이팟 청춘판은 기존의 프리버드 유닛에서 BA만 빠졌을 뿐 나머지는 동일합니다.)

(현재 알리 익스프레스 기준)


다) 외관

케이스에는 전원 및 충전 LED, USB Type-C 포트와 페어링/초기화용 버튼이 있습니다. 페어링할 때에는 케이스를 열어 버튼을 길게 누르면 페어링 모드로 들어가며, 이어버드가 정상작동하지 않을 때에는 케이스에 넣은 채 버튼을 10초 이상 길게 누르면 공장초기화가 진행됩니다. 주변에 비교할만한게 없어서 3M 이어플러그 케이스와 비교해봤습니다. 에어팟이 두꺼운 정사각형이라면 프리버드는 두꺼운 립스틱 같은 느낌입니다. 바지 주머니에 넣으면 너무 달라붙는 바지가 아닌 이상 무리없이 넣을 수 있고, 무게도 가벼운 편입니다.

이어버드는 에어팟의 콩나물 몸통에 머리만 크고 두껍습니다. 무게는 가벼워서 귀에 꽂았을 때 무겁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색상은 검은색 말고 흰색도 있지만 구매할 당시에 흰색이 최대 20달러정도 더 비쌌으며, 어차피 에어팟이랑 비슷하게 생겨서 짝퉁이라고 놀릴거 아예 티나게 검은색으로 했습니다. 그리고 흰색 케이스 경우 금방 더러워질 것 같아서 그냥 검은색으로 선택했네요. 딱히 에어팟같이 케이스를 씌우진 않습니다. 찾아보지도 않았고요.


* 참고: 자세한 사진과 분해기 (http://www.52audio.com/archives/4479.html)


라) 기능 


우선 에어팟에 영향을 받은 만큼 기본 제스처는 동일합니다. 각 이어버드에 센서가 달려있어 귀에 꽂을 때와 뺄 때를 인식하며, 뺄 때 자동으로 재생중인 미디어가 일시 정지됩니다. 꽂을 때 자동 재생 기능은 따로 없습니다. (이는 사용하는 스마트폰 기종에 따라 자체 기능으로 지원될 수도 있지만, 전 없습니다.) 대신 탭 제스처를 지원합니다. 


      오른쪽 두번 탭: 재생/일시정지

      왼쪽 두번 탭: 전화받기/끊기, 세번 탭: 빅스비, 시리 등 어시스턴트 앱 실행


다만 제스처 실행에 약간의 지연이 발생하며 (약 0.2초), 아이폰에서 제스처 설정을 변경할 수 있는 에어팟과 달리 프리버드는 제스처 변경이 불가능합니다.


이어버드 개별 사용은 둘 다 가능합니다. 한쪽만 끼고 다른 한쪽은 내려놓은 채 사용도 가능하고, 한쪽을 케이스에 넣어두어도 사용 가능합니다. 다만 메인 이어버드는 왼쪽(L)이라 왼쪽 이어버드를 케이스에 넣어두면 왼쪽 이어버드는 켜진 채로 케이스 안에서 본체와 통신을 계속하게 됩니다. 반대의 경우, 오른쪽 이어버드는 케이스 안에서 꺼진 상태로 있습니다.


마) 착용감과 차음성


착용감은 예상했던 것보다 좋지 않습니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쿼드비트4와 비교해보면 좀 더 두껍고 둥그런데, 이 때문에 덜 들어가거나 걸쳐있다는 느낌을 받기 쉽상이며, 커널형임에도 불구하고 잘 빠집니다. 귓구멍뿐만 아니라 주변 외이도(?)가 좁은 분들은 더 그럴거에요. 가만히 앉아있거나 걸어가며 사용하면 안빠지지만 뛰기 시작하거나 턱을 움직이게 되면 (특히 꽂은 채로 무언가를 먹으면) 슬슬 빠집니다. (그래서 밥먹을 때는 그냥 빼고 먹거나 유선 이어폰 사용합니다.)


빠지기만 하면 다행인데 문제는 센서와 제스처 때문에 다시 넣으려고 이어버드를 조정하면 일시정지 제스처로 인식하거나 이어버드를 귀에서 뺐다고 인식해 재생을 정지합니다. 다시 제스처를 사용하면 되나 여간 귀찮은게 아닙니다.


차음성은 좋습니다. 단 이어팁을 바꾸고 귀에 제대로 끼웠을 때만. 기본 증정하는 이어팁은 너무 작고 매끈해서 더 잘 빠집니다. 그래서 디락 플러스 기본 이어팁을 사용중이네요.


바) 음질


제가 사용해본 블루투스 이어폰은 runix Line이라는 3만원짜리 이어폰이었는데, 그것보단 훨씬 좋습니다. 제가 느낀 음 성향은 중간 음역대가 조금 부스팅된 느낌이고, 쿼드비트4와 비교하면 저음이 좀 더 있는 것 같지만 V자형은 아닌 듯합니다. 하지만 무선 이어폰인 이상 쿼드비트4만한 음질이 나오진 않는 것 같습니다. AAC 코덱으로 연결되면 더 나을지도 모르겠으나, 제가 가진 기기들은 죄다 AAC 연결이 안되네요. 참고로 전 막귀입니다.


사) 통화


우선 2개의 마이크가 달려있습니다. 하나는 입력용, 하나는 노이즈 캔슬용. 통화가 아예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상대방에게 크게 말하지 않는 이상 잘 안들립니다. 길 걸어가면서는 차라리 괜찮은데 사람들 모여있는 곳에선 그냥 귀에서 빼고 휴대폰으로 통화하는게 더 낫습니다. 그리고 노이즈 캔슬링이 잘 안되는지 바람소리가 너무 심해서 안들린다는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코드리스 특성상 통화는 기대 안하는게 낫습니다. 그래도 통화는 스테레오로 되네요. (정확히는 모노 음성을 양쪽에서 들려줌)


아) 연결성, 지연시간


요즘 나오는 코드리스 이어폰은 웬만하면 블루투스 버전이 5.0이죠. 프리버드는 4.2입니다. 그래도 출퇴근 시간에 가득한 1호선 급행 및 용산-서울역 구간, 2호선에서도 잘 끊기진 않습니다. 하지만 주변에 강한 신호가 나오면 끊기기 쉽상인데, 주로 휴대폰 중계기 근처에서 끊길 때가 많고, 특이하게도 용산역 대합실의 안내데스크 옆만 지나가면 끊기더라고요.


하지만 연결성과 별도로 좌우 이어버드간의 음 균형이 너무 자주 깨집니다. 끊기다가 갑자기 좌우 밸런스가 깨지기도 하고 끊기지 않고 잘 사용하고 있는데 뜬금없이 좌우 밸런스가 깨지기도 합니다. 이럴때는 한쪽이나 양쪽 이어버드를 잠시 뺐다 다시 끼워주면 다시 맞지만, 아예 틀어져서 케이스에 넣어 껐다 킨 이후로도 밸런스가 맞지 않으면 공장초기화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 구입 후 지금까지 4번의 펌웨어 업데이트가 있었는데, 이번 업데이트 이후 그나마 나아졌네요. 직전 버전은 출시 초기보다 더 불안정했습니다.


지연은 비교적 많은 편입니다. 아마 에어팟 지연시간이 매우 낮은 편(0.13초)인데, 프리버드는 약 0.3~0.4초의 지연시간이 있습니다. 따라서 영상을 많이 보시는 분이라면 영상의 싱크를 조절하지 않는 한 불편할겁니다.


자) 배터리


제조사에 따르면 이어버드는 3시간 사용 가능하고, 케이스와 함께 사용 시 10시간 이라고 합니다….만 글쎄요? 5개월 사용해본 결과 대충 다음과 같은 패턴을 보입니다.


      사용 2시간 이후: 슬슬 상태가 이상해짐 (밸런스 틀어짐, 끊김 빈도/가능성 증가)

      2시간 20분 이후: 오른쪽 이어버드가 배터리 부족 알림을 보내기 시작

      2시간 30분 이후: 오른쪽 이어버드 종료

      2시간 50분 이후: 왼쪽 이어버드가 배터리 부족 알림을 보내기 시작

      3시간 이후: 왼쪽 이어버드 종료


분명 왼쪽이 메인인데 왜 오른쪽이 먼저 꺼지는지 전 정말 모르겠습니다. 왼쪽은 폰이랑도 통신하고 오른쪽과도 통신해야하는데 왼쪽 이어버드와만 통신하는 오른쪽이 왜 먼저 꺼질까요?


더 짜증나는건 배터리 부족 알림음이 매우 거슬린다는 점입니다. 평소 20~25%정도의 볼륨으로 듣는다면, 배터리 부족 알림음은 최소 40% 크기로 나옵니다. 그래서 귀아파요… 최근 업데이트로 배터리 부족으로 종료시 알림음이 나오게 됐는데 이건 그래도 20% 크기로 나오네요.


그리고 케이스와 사용 시 10시간이라고 했죠? 개구랍니다. 


이론상 3번 충전하고 배터리가 남나? 싶은데 전혀 안그럽니다. 우선 케이스 완충 후 총 사용시간이 6시간정도를 넘긴 후 (2시간 사용*3회) 사용하려고 케이스를 열면 배터리 없다고 LED가 깜빡거립니다. 여기까진 괜찮은데 문제는 자기 배터리 없다고 케이스가 배터리 충전된 이어버드를 폰과 제대로 연결시키지 않아 소리가 한쪽에서만 들린다던가 좌우 밸런스가 아예 틀어집니다. 위에서 밸런스 틀어지면 공장초기화 해야한다고 했죠? 케이스 배터리 없어서 공장초기화도 안됩니다. 진짜로 총체적 난국. 생각날 때마다 케이스 충전하는게 답입니다.


차) 애플리케이션


프리버드는 Freebuds라는 앱을 가지고 있지만, 기능은 단 두 개입니다.


      펌웨어 업데이트

      사용 설명서


그리고 처음 실행하면 위치 권한을 요구하는데 다른 회사였으면 그냥 생각없이 허용했을 것을 화웨이라서 엄청 거슬립니다. 그래서 펌웨어 업데이트 할 때만 설치해서 사용하고 평소에는 지우고 사용합니다.



3. 결론


가) 장점


     I. 커널형이다

     II. 에어팟보다 (비교적) 저렴하다

     III. 충전 포트가 Type-C다

     IV. 에어팟과 기능이 유사하다


나) 단점


     I. 잘 빠진다

     II. 사용시간이 개구라다

     III. 좌우 밸런스가 잘 깨진다

     IV. 지연시간이 길다

     V. 누가 봐도 짝퉁임

     VI. 15만원 주고 살 바엔 좀 더 보태서 에어팟 사겠다


다) 정리


궁금해서 사봤고 쓴 돈 아까워 그냥 쓰고있지만 진짜로 에어팟 아닌 커널형 코드리스 고려중이라면 그냥 T1 사세요.


저도 안써봤지만 15만원주고 도전하는 것보다 2만원으로 도전하는게 더 낫습니다.